7월 9일, 세계 미소포니아 인식의 날 — 열일곱 소녀 미쉘이 남긴 것

작성자

카테고리:

7월 9일, 세계 미소포니아 인식의 날

매년 7월 9일은 세계 미소포니아 인식의 날(World Misophonia Awareness Day)입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의 이 날은, 사실 한 소녀의 생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왜 하필 이 날이 전 세계 미소포니아 환자와 가족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날이 되었을까요.

“왜 하필 7월 9일일까” — 미쉘의 이야기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살던 소녀 미쉘 델 바예(Michelle Del Valle)는 2006년 7월 9일에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2023년 11월, 열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쉘은 열세 살 무렵부터 약 4년간 미소포니아로 고통받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증상은 심해져, 나중에는 “귀의 통증”이라고 표현할 만큼 소리에 대한 괴로움이 극심해졌습니다.

미쉘의 가족은 그가 겪은 어려움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의 지지가 있었지만, 미쉘은 오래도록 힘들어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산만하다”는 이유로 오래 일하지 못했고, 병원에서는 의사들에게 계속 무시당하거나 오진을 받았습니다. 학교는 미소포니아에 대한 적절한 배려를 해주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은 매 순간 도움을 구하며 괴로워하는 미쉘을 두고 “꾀병을 부린다”고 여겼습니다. 결국 미쉘은 자신이 가까운 모든 사람에게 짐이 된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미쉘 델 바예의 작품
미쉘 델 바예의 작품 · 출처: soQuiet

미쉘의 언니는 “동생은 아주 오랫동안 미소포니아의 고통, 또래와 어른들의 압박, 그리고 계속되는 무시와 오진 속에서 아파했다”며, 10대와 아동의 마음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미쉘을 기리기 위해, 전 세계 미소포니아 단체들이 그의 생일인 7월 9일을 ‘세계 미소포니아 인식의 날’로 정했습니다. 2025년 7월 9일이 그 첫 번째 공식 기념일이었습니다.

미소포니아란 무엇인가

미소포니아(misophonia)는 특정한 소리에 대한 내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그 소리는 위험하거나 시끄러운 소리가 아닙니다. 씹는 소리, 훌쩍이는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심지어 숨소리처럼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평범한 소리입니다.

미소포니아가 있는 사람에게 이런 소리는 단순한 거슬림을 넘어 분노, 극심한 불안, 공황에 가까운 강한 감정 반응과 심장 박동 증가·발한 같은 신체 반응까지 일으킵니다. 그 결과 집중하기 어렵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며, 자신의 공간에서조차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왜 ‘오해’가 위험한가

미쉘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아프게 알려주는 사실이 있습니다. 미소포니아의 가장 큰 위험은 소리 그 자체가 아니라, “예민한 성격”이나 “투정”, “꾀병”으로 치부되는 오해라는 점입니다.

적절히 인정받고 치료받지 못한 미소포니아는 만성적인 불안과 회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고, 우울과 무력감을 깊게 만듭니다. 미쉘이 겪은 것처럼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는 경험이 반복될 때, 고통은 몸의 문제를 넘어 삶 전체를 흔드는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미소포니아는 조기에 알아차리고, 몸과 마음을 함께 살피는 적절한 진료로 이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식의 날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세계 미소포니아 인식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적 고통에, 처음으로 이름과 목소리를 주려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입니다. 이 날은 우리에게 다음을 요청합니다.

  • 미소포니아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아닌지를 알리기
  • “별난 취향”이나 “단순한 싫음”이라는 오해를 바로잡기
  •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 원인과 진단·치료에 대한 연구를 지지하기
  • 고립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될 커뮤니티를 만들기

실제로 국제적으로는 미소포니아를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에 정식 질병 코드로 등재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래 외면받던 이 질환이, 이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며

미쉘은 열일곱 생일을 다시 맞지 못했지만, 그의 생일은 이제 전 세계의 미소포니아 환자와 가족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손 내미는 날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괴로움은 꾀병이 아닙니다.” 이 한 문장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어딘가에서 홀로 소리와 싸우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또는 당신의 가까운 사람이 소리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다면 — 그것은 혼자 견뎌야 할 일도, 부끄러워할 일도 아닙니다. 도움을 구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합니다.

💛 마음이 많이 힘드시다면 혼자 견디지 마세요.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24시간) ·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가까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한의사 박종찬

한의사 박종찬 · 박종찬 한의원 대표원장

  • 한방신경정신과 진료 24년차
  • 미소포니아 진료경력 15년

박종찬 한의원 대표원장으로서 미소포니아, 불안장애, 자율신경 불균형 등 ‘몸과 마음이 함께 작동하는’ 영역을 한약과 신체 치료를 중심으로 진료해 왔습니다. 이 글은 다년간의 실제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미소포니아,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증상·진단·치료 과정이 궁금하시다면 박종찬한의원 미소포니아 클리닉 바로가기에서 더 자세한 안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